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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5화 - 죽음, 그녀를 위한 선택



최근 도깨비에 나온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이 큰 인기를 끌었다. 평소 작품에서 문학작품을 잘 이용하는 김은숙 작가가 또 한 번 저력을 보여줬다. 심장의 진자운동과 첫사랑이라는 키워드는 많은 곳에서 패러디돼 재생산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5화는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

 

이제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시작하나 했던 기대와는 달리, 돌아오는 차 안에서의 도깨비의 태도는 다소 싸늘하다. 어색한 분위기에 중간에 내려주면 알아서 가겠다는 지은탁의 말에 그럼 그렇게 하라며 차를 세우고 지은탁을 내려준 뒤 집으로 돌아간다.

 

서로 헤어지고 각자는 생각에 잠긴다. 지은탁은 자신의 꿈이어서인지 이이폰을 귀에 꼽고 라디오를 들으며 걸어간다. 전에 나왔던 라디오의 멘트처럼 이번 라디오의 멘트도 시청자의 감성을 두드린다.


인생엔 갑자기 이상한 장르가 끼어들기도 하죠.

오늘 여러분의 장르는 무엇이었나요?

심쿵 로코? 이상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슬픈 멜로?


이 멘트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어났으면 좋겠는, 일어나고 있을지 모를. 이야기들을 생각해보게 해준다. 직접적으로는 도깨비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느끼는 장르에 대한 생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보여주는 심쿵유발 로맨틱 코미디와 초현실적인 소재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눈앞에 보여주는 판타지 드라마. 그러면서 마지막은 슬픈 새드엔딩을 암시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낼 수 있는 멜로일지 끝나지 않은 채 끝난 라디오의 멘트가 앞으로의 드라마 전개를 궁금하게 해준다.

 


라디오 멘트를 끊은 건 한 귀신의 등장이다. 귀신은 지은탁의 앞에 나타나 간곡한 부탁을 한다. 자신이 살던 고시원에 가서 냉장고를 채워달라는 귀신.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미래를 위해 준비를 하던 고시생이 꿈을 채 펼치지 못한 채 아쉽게 생을 마감한 그녀가 제일 먼저 걱정한 것은 어머니가 볼 자신이 마지막으로 있던 공간이었다. 상을 치르는 어머니가 냉장고가 텅 비어있는 것을 보면 가슴아파할 거라며 냉장고에 먹을 것을 넣어달라는 부탁을 하는 귀신에게 지은탁은 호텔 룸서비스를 이용해 귀신의 방 냉장고를 채워주고 청소도 해주어 어머니의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덜 깊게 해주었다. 사연 없는 죽음이 어디 있을까싶으면서도 이 생에서 수고가 많았다는 저승사자의 말은 고시생의 죽음이 간단한 소재가 아닌 이후에 무언가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해준다.


한편, 지은탁에 대한 고민으로 몰입해 있는 도깨비는 첫사랑의 감정을 느낀 것과 떠나야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 아이의 웃음에

하루 중 가장 화창한 오시의 햇빛에

생이 부서지던 순간이 떠오른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나는 사라져야겠다

더 살고 싶어지기 전에

더 행복해지기 전에

너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선택

이 생을 끝내는 것.

 

첫눈이 오기 전에

 

사랑하는 감정을 느낀 도깨비가 도깨비 신부인 지은탁을 위해, 사라져야겠다는 고민을 하고 처음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너를 위해 내개 해야 하는 선택이라는 점이 맞지 않는 듯하다.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안하리라는 도깨비 자신의 평안함을 위해,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사랑하는 이를 남겨두고 떠나는 사람의 선택은 사랑하는 이를 위한 선택이기보다는 자신을 위한 선택은 아닐까? 아직 도깨비 신부에 대한 감정이 사랑의 시작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이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할수록 서로의 입장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첫눈이 오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고 싶어하는 도깨비의 마음가짐에서 시한부를 정해놓은 것을 볼 수 있고 첫눈이 올 즈음에 둘의 감정이 무르익어 지금의 결정을 반대로 뒤집어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은탁과 어색함을 풀고자 캐나다의 멋진 레스토랑으로 지은탁을 데려온 도깨비는 스물 아홉의 지은탁을 보게 된다. 해외에 처음 와봤다고 써니에게 전화하는 지은탁. 멋진 남자와 함께 레스토랑에 왔다며 멋진 남자로 보이는 대표님을 부르는 그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도깨비는 그녀의 기억이 지워질 것임을 느낀다.

스물 아홉의 너는 여전히 밝구나. 하지만 네 옆에 나는 없구나. 나의 생은 결국 불멸을 끝냈구나. 내 죽음 뒤에 그 시간의 뒤에 앉아있는 너는. 내가 사라진 너의 생은 나를 잊고 완전히 완성되었구나. 나는 사라져야겠다. 예쁘게 웃는 너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선택. 이 생을 끝내는 것.

자신이 없어도 행복하며 진정으로 완성된 삶을 살 것으로 보이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결정이 옳음을 확인한 도깨비는 선택에 대한 의지를 굳힌다. 그녀와 함께 캐나다에 온 대표는 검을 뺀 도깨비가 그녀와 함께 하는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아닐까하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