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심리적 엔트로피



흙수저와 금수저. 근 몇 년간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 단어는 최근 나라를 뒤집어 놓은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대통령의 탄핵이 소추되고 온갖 비리가 밝혀지게 한 원인은 정유라라는 인물의 행동이 시초가 되었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음을 자신이 가진 수단으로 옳게 생각하며 행동하는 이들의 모습은 <낭만닥터 김사부>11화에 주로 나온다. 확실히 이번 화는 최근 상황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려는 의도가 다분해보인다.

 

지난 화에서 음주운전으로 6중 추돌사고를 일으킨 사고가해자와 그의 어머니가 최근 우리 사회를 분노하게 하고 있는 행동을 보여준다.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채혈을 요구한 사고가해자에게 피를 뽑았다는 이유로 의사를 상해죄로 고소하고 젊은 사람이 술을 먹고 음주운전을 할 수도 있지 않냐며 아들의 해장을 위해 해장국을 대령하는 사고가해자의 어머니. 돈으로 보상하면 되지 않냐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들은 상당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 더 불편한 사실은 우리가 최근 겪어왔던 모습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심지어 더 심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실력이고 부자 엄마가 스펙이라는 최근 누군가가 떠오르는 내용은 드라마에서는 사고가해자가 환자의 모습을 보고 뒤늦게 후회하고 사과를 건네지만 현실에서 그들은 그런 모습을 보일 리 없다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드는 점은 참으로 씁쓸하다.


 

11화에 나오는 나레이션은 사실 은폐의 시대이다. 사실 은폐의 시대 : 진실은 왜곡되고 거짓말이 난무하는 시대. 근거 없는 소문과 넘쳐나는 썰들에 묻혀 본질은 뒷전이 되고 뭐가 진짜인지 뭐가 가짜인지 도무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김사부의 과거에 대해 도원장이 정치적 공작을 펼치는 내용을 말하며 근거 없는 소문과 뒷말로 진실을 왜곡하고 말이 없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흔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를 보지 않게 하고 가짜를 진짜처럼 생각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군대에서 구타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이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도망을 다니고 피해자에 대한 군 관계자의 태도는 다소 싸늘하다. 자신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진실을 덮으려는 군 관계자의 모습은 우리가 뉴스로 접해왔던 내용을 떠오르게 만든다. 군내 구타 가혹행위나 기강문란 등이 대중에게 공개될 시 이에 대한 책임자가 옷을 벗게 된다는 것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감추기에 사력을 다하는 대처모습은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11화의 제목은 심리적 엔트로피로 엔트로피는 자연물질이 변형되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므로 심리적 엔트로피라면 특정한 사건이나 계기를 겪어 사건 이전의 마음 상태나 사고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강동주에게 가장 잘 맞는 주제로 보인다. 도원장에게 연봉 15% 인상, 연간 1억원의 연구비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받은 강동주는 제안을 고민해보겠다며 보류하고 제안을 받아들일지 고민한다. 김사부에게도 이 내용을 말해 조언을 구하려는 강동주는 김사부에게 남아달라는 말을 듣고 싶지만 김사부는 원하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 돌담병원은 그렇게 파격적인 제안으로 잡을 수 없으니 파격적인 제안을 따라 가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제안을 받아버린 강동주는 앞으로 그 제안에 대한 미련이 계속 떠오를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굳이 붙잡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도원장의 제안으로 강동주는 심리적 엔트로피의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강동주의 모습이라면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선택으로 탈영병의 사망진단서를 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작성할 것을 도원장으로부터 부탁받고 그들의 편으로 갈 것이 다음화에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