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폭력성은 인간이 가진 보편성일까?



드라마 리뷰를 쓰면서 꼭 쓰고 싶은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는 <괜찮아, 사랑이야>로 배우들의 성격 이외에 그들이 말하는 소재는 신선했으며 삶에 주는 메시지도 뭉클한 말들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다시 한번 보고 드라마 리뷰를 쓰려한다.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것처럼, 좋은 드라마도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나에게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1화는 인기작가 장재열과 정신과 의사 지혜수가 만남과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드라마의 메인 주인공인 둘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의 성격과 그에 대한 설명이 제시되는 점이 흥미롭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형에게 습격을 당하는 스타작가 장재열과 엄마의 불륜 트라우마로 관계 기피증을 앓고 있는 지혜수, 정신과 의사이자 지혜수의 홈메이트인 조동민,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수광. 셋이 살고 있는 집에 장재열이 들어가게 되는 과정이 1화에 나온다.

 


1화에서 주목해 볼 만한 부분은 지혜수와 장재열이 생방송 토크쇼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과거 장재열의 팬이었지만 형의 습격 이후 잔인한 스릴러 추리 소설을 쓰게 되자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갖던 지혜수는 장재열의 모든 태도에 날이 서있다. 반면, 장재열은 지혜수에게 관심이 생기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그녀에게 다가간다. 둘이 제대로 만난 토크쇼에서 둘은 상당히 재미있는 화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첫 번째로는 지혜수가 대중을 상대로 내는 퀴즈이다.



두 장의 종이가 있다

두 종이에는 모두 <죽는다>라는 말이 쓰여 있지만 적군은 포로에게 한 장에는 <산다>와 한 장에는 <죽는다>가 적혀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적군은 포로에게 두 장의 종이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적군은 포로에게 <산다>를 선택하면 살려주겠다고 말하며 <산다>를 골라내라고 한다

단 포로가 선택을 해야만 하며 적군에게 고르라는 것은 전제에 어긋난다


당신이라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결론은 포로는 살았다. 삶이 우리를 힘들게 할 때, 우리는 세상에 내가 살 방법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답을 모르는 당신처럼. 희망은 극한의 상황에서 언제든 있다. 편협되지 않고 다양한 사고를 가진다면 해답은 있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지면 어떤 문제든 해결책이 있다는 내용의 이 퀴즈의 답은 무엇일까?

 



퀴즈의 답은 포로가 하나를 선택하고 선택하지 않은 종이를 적군에게 확인하라는 방법이다. 속임수가 있는 것에는 속임수로 답하라는 내용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쉽게 풀릴 수도 있고 다양한 해답이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고 어디서든 희망의 끈을 놓치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준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지혜수와 장재열의 인간의 잔인함을 표출하는 것에 대한 의견차이다. 이는 장재열의 잔인한 스릴러 추리소설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반론을 제시해준다. 흥미로운 토론의 주제는 선한 의지가 인간의 보편성이냐, 폭력성이 인간의 보편성이냐는 문제에 관하여 두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과정이다. 장재열은 패널에게 나는 살면서 한번이라도 사람을 해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라고 패널에게 묻는다.


 

패널의 대부분은 이에 동의하고 장재열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폭력성을 가졌음을 말한다. 이에 대해 지혜수는 동의한 사람들에게 실제로 누구를 미워서 두들겨 팬 적이 있는 사람만 손을 들어달라.”고 요청한다. 그 뒤 장재열 작가의 인물처럼 사람을 도끼로 두개골을 두들겨 팬 사람만 남아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패널들은 모두 지혜수의 의견에 동조한다. 인간이 보편적으로 폭력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의견에 동조한 것이다.



 

패널의 의견에 탄력을 받은 지혜수는 성적흥분에 관해서도 적용이 가능하다며 장재열을 자극한다. 장재열은 낯선 이성에게 성적흥분을 느낀 적이 있다.”라는 질문을 패널에게 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그러자 지혜수는 성적흥분을 느껴 장재열 작가의 인물처럼 잔인하게 성폭행한 적이 있는 사람만 남아달라.”고 요청한다. 이를 통해 지혜수는 모두가 폭력적인 생각이나 성적흥분을 느낄 수 있지만 장재열 작가의 인물처럼 표출하지 않는 것을 지적한다.

 



모두가 지혜수의 의견에 동조하자 장재열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다면 자신의 소설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냐며 반문한다. 자신의 소설은 일반적인 사람의 생각에 불과한 것이고 사람들 또한 그것을 생각으로만 받아들이지 실제로 행동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지혜수가 설명해준 인간의 보편성이 장재열의 소설이 인간의 보편성을 해치지 않음을 보여주는 임팩트 있는 장면이다.

 



그러면서 대중매체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한 여부도 이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tvN의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설정이 원조교제를 미화시킨다는 억지스러운 의견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935년을 산 도깨비(외관상으로 30대 중후반)이 여고생과 사랑을 한다는 것이 시청자로부터 거북스럽게 보일 수 있으며 원조교제를 조장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인간의 보편성으로 판단해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자극적인 내용이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개인의 차이인 것이지 그것으로 말미암아 안좋은 사회현상을 야기시키는 원인으로 보는 것은 너무 과대망상적인 발상인 것이다. 상상은 자유다. 그것을 표출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상상을 매도하는 것 또한 자유라고 말할 수 있지만 자유에는 늘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자신이 표출한 상상이나 의견에 대한 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