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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비등점



물이 100에서 끓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물은 항상 100에서 끓을까? 물은 100에서 끓을 수도 있고 그 전에 끓을 수도 있다. 기압의 차이로 말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물이 끓는 100는 외부 기압이 1기압일 때를 말한다. 기압이 낮은 산과 같이 높은 곳에서는 물은 100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는다. 반대로 기압이 낮은 경우는 100보다 높은 온도에서 물이 끓는데 이를 이용한 가전제품이 압력밥솥이다. 이렇게 물이 끓는 점인 비등점은 주변의 압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12화의 제목이 비등점인 것은 강동주가 외압으로 인해 의사로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군 구타 가혹행위를 은폐하려는 도원장은 작성자 이름에 강동주가 적힌 사망진단서를 가져온다. 이는 사망의 원인이 병으로 인한 사망이며 이를 위한 서류는 군 병원에서의 자료로 뒷받침해 조용히 사건을 덮으려는 시도이다. 도원장의 지시를 거부하는 강동주에게 도원장은 살다보면 진실보다 침묵이 약이 될 때가 있다며 회유한다. 정의감으로 객기 부리는 건 어렸을 때나 하는 일이며 어른이면 어른답게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도원장의 말은 말의 초점을 살짝만 바꿔 상대방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의감이 없는 올바르지 못한 사회에 대해 이를 고치는 역할을 맡은 어른이 아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침묵하는 어른이 정말 어른인 것일까? 사기꾼의 태도가 생각난다. 사기꾼은 사기를 칠 때, 자기 자신마저도 속인다고 한다. 자신이 믿고 있는 1%만이 차이가 있는 것이지 다른 모든 것은 진실된 태도를 갖는 것. 도원장의 태도도 이와 같아 보인다. 자신이 믿고 지키고자 하는 사회가 다수의, 사회구성원 모두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끈다는 믿음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그 사회에 대한 잘못된 1%가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



그렇게 강동주는 사망진단서를 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결론 내릴지, 처음의 생각대로 외인사로 결론지을 지를 고민한다. 사망한 탈영병의 부모님이 오고 사망원인을 묻자 더욱더 흔들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강동주는 김사부와 술을 마시고 외압에 대한 생각에 잠긴다.


한편, 도원장의 부하인 거대병원 외과과장은 강동주에게 도원장의 말을 들으라고 설득한다. 주류로 사는 것과 비주류로 사는 것의 온도차이는 상당하다며 도원장의 사람이 되어 주류로서 따뜻하게 살자고 강동주를 회유한다. 이는 의사로서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원장의 말을 들으면 외압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살 수는 있을 것이다.(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버림받을 수 있지만) 하지만 미래를 보았을 때 추가적으로 도원장의 요구를 계속 들어줘야할 수 있으며 자신의 양심과 자존심을 포기해야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물이 끓는 점과 밥이 익는 점을 비교하면 외압이 낮으면 낮은 온도에서 상대적으로 더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의 온도가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그 온도 속에서 삶이 가져올 결과는 설익음이다. 온전히 성장할 수 없고 그 가치를 완전히 발휘할 수 없는 상태로 성장이 멈추게 되는 것이다. 좋은 의사, 필요한 의사가 되려는 강동주에게 도원장의 제안 수락은 이용할 수 있는 의사로 성장을 멈추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김사부의 태도는 강동주의 자립성을 키워주는 방식을 따른다. 과거 도원장의 눈에 들기 위해 무리하게 수술을 하느라 수술 시기를 놓쳐 급성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은 환자의 보호자가 강동주에게 시위를 하려 돌담병원에 강동주는 의사가 아닌 살인자라는 전단지를 돌린다. 이에 대해 일반적인 사람들의 대처는 경찰을 불러 시위를 멈추게 하고 강동주에게 안정을 취하고 시선을 돌리게 하려 하지만 김사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말라고 한다. 강동주가 벌인 일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감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강동주는 자신이 벌인 일에서 도망갈 수 있었지만 스스로 부딪히며 인간적으로 성장한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압력에서 벗어나지 않고 부딪혀 높은 압력에서 맛있는 밥이 되듯, 좋은 의사로 한 발짝 성장하게 된 것이다.



김사부가 내린 조치를 아는 지 모르는 지 과거의 실수로 깨달음을 얻은 강동주는 사망진단서에 원래 생각인 팩트를 적기로 하고 유가족에게 사망진단서와 수술 동영상을 건넨다. 김사부가 생각한 강동주로의 성장이 이루어진 장면이다. 의사가 생각할 것은 환자와 환자의 상태지 그로인해 생길 외부의 변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최근 일어나는 의료사고나 사망진단서 작성에서 논란이 있던 부분들을 생각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