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이 뽑히고 무로 돌아갈 것을 확신한 도깨비는 주변사람들에게 각자 가장 원하는 바를 선물로 주고 이별을 준비했다. 지은탁에게 향수, 500만원, 가방을 유덕화에겐 신용카드를 저승사자에게 집문서를 주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했던 도깨비는 지은탁이 가슴에 박힌 검을 뽑지 못해 무로 돌아가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별을 슬퍼하던 사람들에게 돌아와 줬던 걸 다시 되찾아가는 도깨비는 내심 이 상황이 싫지 않은 듯하다. 죽음을 선택하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은 도깨비.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자신의 확고한 의지가 아니었던 것이기에 그의 마음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한편으로는 오랜 숙원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을 수 있으나 자신을 흔들어놓았던 최근 며칠 간의 좋은 기억을 이어갈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기분좋은 허탈감을 느끼는 도깨비에게 그를 모시던 유회장은 오래 인간의 곁에 머물러 달라고 청한다.
“
나으리께 송구하오나. 이제 죽고자마시고 살고자 하시면 어떠시겠는지요?
나으리로 인해, 이 세상 어딘가에 옳게 사는 그 누군가에게 이상하고 아름다운 행운 한번 쯤, 기적 한번 쯤 일어나는 것도 좋지 않겠는지요?
”
도깨비가 이뤄낸 기적으로 인간의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던 과거의 사례를 통해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 이미 내린 마음의 결정에 위안을 주는 유회장이다.
돌아와 주변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도깨비는 속마음을 말한다.
“
어찌됐든, 돌아오니 좋구나. 속도 없이.
”
그렇게 지은탁과 도깨비는 집으로 돌아와 티격태격하며 살아간다. 지은탁의 수능 날이 되고 도깨비는 지은탁을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자전거와 부딪힐 뻔 한다. 되려 인도에서 사람들을 위협하며 자전거를 탄 남자는 도깨비에게 눈 똑바로 뜨고 다니라며 상당히 불손한 행동을 취한다. 그런 그의 눈을 보고 그의 참혹한 앞날을 본 도깨비는 그를 그냥 보낸다.
한편, 이 남자는 저승사자와도 마주친다. 회식을 가는 저승사자와 길에서 부딪힌 이 남자는 저승사자에게도 앞 좀 똑바로 보고 다니라며 되레 큰 소리를 낸다. 이에 저승사자의 후배는 남자에게 동티하게 될 인물이라고 경고한다. 동티는 예부터 금기시 되어온 행위를 하여 귀신을 노하게 하였을 때 받는 재앙의 하나이다. 이 남자는 저승사자와 일부러 부딪힌 것이다. 남자는 소매치기로 도깨비와 부딪힐 뻔한 날은 지갑을 훔쳐 자전거로 도망가던 길이었고 저승사자와는 일부러 부딪혀 지갑을 노린 것이다. 한 번도 아닌 두 번 귀신을 노하게 만든 이 남자의 앞날이 밝지 만은 않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지은탁은 도깨비의 방에 몰래 들어와 계약서를 바꿔치기하려는 것이었는지 새로 작성한 계약서를 들고 도깨비의 방으로 향한다. 도깨비가 줬다 뺏은 가방 안에 든 계약서를 집는 찰나에 도깨비에게 들킨 지은탁은 계약서를 숨기지만 들키고 만다. 두 장의 계약서에는 다른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계약서의 원본을 자신이 가지고 있으려고 바꿔치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계약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나 도깨비 신부 지은탁 갑. 아저씨 도깨비는 을로 칭한다 ]
1. 을은 갑의 이용가치가 없어지더라도 효용가치가 없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갑은 여리다.
1. 을은 갑의 효용가치가 없어지더라도 쫓아내지 않고 같이 산다. 갑은 사고무탁이다.
1. 을은 갑의 남친이 생길 때 까지 남친이 되어준다. 갑은 심쿵을 지향한다.
1. 을은 갑의 등잔이 돼주기로 한 것을 나몰라라 하지 않는다. 갑이 자연사할 때 까지.
1. 을은 갑에게 오면 온다 소린 안 해도 가면 간다 기별을 해준다. 갑이 기다리지 않게.
1. 을은 매년 첫눈 오는 날에 갑이 소환하면 응한다. 갑이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조항은 뒤로 가면서 효력이 크게 발생하며 갈등을 푸는 역할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두 조항에서 도깨비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으며 무로 돌아갈 도깨비가 지킬 수 없는 조항으로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뒤이어 저승사자가 본격적으로 써니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나온다. 명함이 없어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못한 저승사자는 지은탁에게 대신 전화를 받아달라 요청하고 써니는 전화통화로 약속날짜를 통보한다.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 아니 저승사자는 정상적이지 않은 대화를 여전히 한다. 저승사자의 외모가 뛰어나서 끌렸겠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그의 말은 여심을 홀릴만하다. 취미가 뭐냐는 써니의 질문에
“
써니 씨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써니 씨의 행동에 드라마만큼 맹목적으로 끌립니다. 써니 씨의 예측 불가한 행동들은 상상력을 발휘해야하고 제 서툰 행동들은 하나같이 오답이네요. 제게 요즘 새로 생긴 써니 씨라는 이 취미가 신의 계획 같기도 신의 실수 같기도. 그렇습니다.
”
이렇게 대답하는 남자에게 떨리지 않을 수 있을까? 투명하게 잘생긴 외모가 중요하겠지만 순수해보이고 어딘지 모르게 귀여운 저승사자의 태도는 써니의 마음을 더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말없이 사라진 지은탁이 첫사랑과 만나고 있는 줄 착각한 도깨비는 귀신들을 집합시켜 지은탁의 위치를 수소문하고 예식장에서 축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지은탁을 발견한다. 지은탁의 노래 부르는 모습에 또 반한 도깨비는 아르바이트가 끝난 지은탁과 돌아오고 지은탁으로부터 도깨비 신부가 아니어도 조금의 시간을 더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에 별 생각이 없던 도깨비는 지은탁의 그런 마음이 귀여워 포옹을 해주는데 가슴에 박힌 검이 반응해 가슴이 아파온다. 지은탁은 그런 도깨비를 걱정하다 검이 손에 잡힘을 알게 되고 검을 뽑아주려 한다. 검이 조금씩 뽑히고 당황한 도깨비는 지은탁을 강하게 밀어낸다. 밀어낸 지은탁이 버스와 부딪히려하자 이를 막기 위해 몸을 던진 도깨비는 주위에 있는 차를 모두 박살낸다. 지은탁을 품에 안고 도깨비는 독백을 통해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
이 아이로 인해 이제 난 이 불멸의 저주를 끝내고. 무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인간의 수명 고작 백년, 돌아서 한 번 더 보려는 것이 불멸의 나의 삶인가 너의 얼굴인가. 아, 너의 얼굴인 것 같다.
”
자신을 위해, 지은탁을 위해 무로 돌아가려던 마음에서 지은탁의 수명동안 지은탁을 조금 더 지켜보고 싶으며 그렇게 하겠다는 도깨비의 결심으로 7화는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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