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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데이비드 라샤펠]가장 예술가적인 요소를 갖춘 아티스트와의 만남


데이비드 라샤펠(David Lachapelle). 그는 미국 출생의 사진작가이다. 사실 나는 예술가와 아티스트의 영역에서 사진작가를 포함시키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데이비드 라샤펠을 알게 된 후 현대에 가장 예술가이자 아티스트적인 요소를 갖춘 인물로 그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앤디 워홀의 팝아트나 기이한 형태로 설명 없이는 무슨 그림을 그린 것 인지 모르겠는(설명을 해줘도 글쎄라며 머리를 긁적이게 만드는) 현대 예술과는 다르게 그의 사진은 그의 뚜렷한 철학이 담겨있었고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꽤나 묵직했다. 

그의 사진을 보게 된 곳은 글을 포스팅하는 현 시점에 아라모던아트뮤지엄에서 진행되고 있는 데이비드 라샤펠전이다. 그의 작품은 2011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첫 전시를 통해 한국 관람객에게 처음 선보여졌었다. 이번 전시는 2011년도에 다 보여주지 못했던 그의 작품을 더 과감히 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기획 의도로 기획되었다. 전시의 제목도 Inscape of Beauty로 아름다움의 본질이라는 다소 거창해보이는 제목이지만 전시를 보고 나면 그 타이틀이 아깝지 않다.

 


전시를 보기 전에 너무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지 않다면 밑의 글은 보지 않기를 권한다. 그리고 전시회를 간다면 도슨트를 듣거나 오디오 해설을 꼭 함께 하기를 추천한다.

 

전시는 총 4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M1, M2, M3, M4로 구성되며 각 층에는 뚜렷한 테마를 가지고 있다.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M1은 그의 작품이 세상에 처음으로 나온 누드의 흑백사진을 시작으로 앤디 워홀을 만나 그의 잡지인 인터뷰(Interview)’ 매거진의 포토그래퍼로 근무하며 촬영한 작품과 다른 잡지와 일한 작품들이 구성된다.

 

M1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Addict이다. 물질에 대한 중독을 우리가 흔히 경계하는 마약, , 보석과 같은 것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의 모델인 아만다 루퍼는 트랜스젠더로 그의 모델을 다루는 태도를 눈여겨 볼만하다. 모델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다룬 그의 태도는 트랜스젠더로 당시 세상에서 불편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그녀에게 사진작가와 모델의 좋은 관계를 맺게 해주었고 서로 생각을 편히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게 해주었다.

 


그리고 또 한명 그의 소중한 친구 마이클 잭슨이 나오는 작품이 있다. 그는 마이클 잭슨이 지나칠 정도로 착한 것이 문제가 되어 세상이 그를 이용한 것을 마음 아파했다. 평생 어마어마한 돈을 아동을 위해 기부하고 꾸준한 관심을 보인 그에게 아동단체는 유아 성폭행범이라는 말도 안되는 오명으로 그의 이미지를 깎아내렸고 사람들은 우상을 필요로 하다가 우상의 몰락에서 쾌락을 즐기는 비뚤어진 태도로 그를 정신적으로 죽였다. 다른 타인을 깎아 내리는 사회상에서 상처받은 마이클 잭슨을 위로도 하고 그의 순결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를 활용한 작품에서 마이클 잭슨을 진정한 친구로 생각한 그의 생각을 볼 수 있다.

 

M2는 그가 작업을 한 대표적인 동영상 3편에 대한 시청과 인간의 신체와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을 잘 표현한 작품이 많은 누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동영상 3편이 상영되는 시네마 룸은 Land Scape, Deluge, Pieta의 메이킹 영상을 볼 수 있다. 이중 Pieta의 메이킹 영상은 꼭 보고 그 작품을 봐야 데이비드 라샤펠의 작품을 만드는 데에 치밀한 태도를 느낄 수 있다.

 

M2에서는 앞서 말한 Pieta를 모티로 제작한 Courtney Love를 눈여겨 봐야한다. 작품에서 성모마리아 역할을 한 코트니 러브의 이름이기도 한 작품은 그녀로 인해 데이비드 라샤펠이 표현하고자 한 바를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메이킹 영상에서 그녀는 이 작품의 의도를 묻고 난처해한다. 한참 작품을 해야할 지 고민하는 그녀에게 데이비드 라샤펠은 하기 힘들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녀를 위로한다. 그녀가 당황한 이유는 그녀의 상대 남자의 외모와 스타일이 그녀가 몇 년 전 떠나보낸 배우자 커트 코베인과 똑같이 분장했기 때문이다. 죽은 남편과 똑같이 하고 나타난 상대를 본 그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데이비드 라샤펠은 성모마리아가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그녀가 사랑하지만 세상을 떠나 보낸 남편을 봄으로써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데이비드 라샤펠이 원했던 감정이 표현되었고 PietaCourtney Love로 재탄생하여 걸작을 만들었다.

 


Courtney Love를 지나면 경고문이 설치되어있다. 19세 미만은 관람을 금한다는 내용의 팻말로 M2의 절반은 미성년자는 관람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외설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Once in the garden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여성의 상반신을 가진 존재에 하단부는 남성의 성기를 가진 난해한 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당황스럽게 만들지만 흉측하다는 생각보단 아름답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인간의 역사를 생각한 데이비드 라샤펠은 인간이 지구에서 생활할 초기에는 모계 사회로 안정적인 사회를 이끌었음을 생각해 여성의 우월성을 강조했고 남녀의 몸이 하나가 되었을 때 가장 아름다우며 완벽한 존재임을 표현하려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전달했다. 그리고 그는 외설이라는 단어가 사람의 몸에 대한 표현이 될 순 없다고 했다. 사람의 몸 자체를 외설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며 외설이라는 표현은 강간, 폭행과 같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행위에 붙여야 한다며 개인의 소신을 밝혔다.

 


M3는 그가 잡지사와 마지막으로 작업한 사진을 볼 수 있는데 그의 의도와 달리 세상의 오해로 인해 화제가 된 사진을 볼 수 있다. 그는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그와 상반되는 모델을 세워 사진을 찍었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진이 공개된 당시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이슈 몰이하려했다며 데이비드 라샤펠을 비난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사진은 허리케인이 피해를 입히기 전에 찍은 사진으로 데이비드 라샤펠은 폐허가 된 사람들의 터전에 오뜨 꾸 뛰르에서 나올만한 고급의상을 입고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델들을 통해서 상류층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직접적인 접촉이 없을 경우 얼마나 사회에 무관심한 지를 표현하려고 한 것이다.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쉽게 선동당하는 태도에서 그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했을 때 그의 심정이 어땠을지 얼마나 답답했을지 가엽기만 하다.

 

M4는 그가 순수예술사진으로 돌아가 찍은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M2에서 나온 Deluge는 홍수로 인해 폐허가 된 공간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보는 이로 하여금 인류의 종말이라는 기존의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 수 있지만 사진을 보면 사진 속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돕는다. 인류의 종말이라는 부정적 상황에서 인류의 희망을 표현한 그의 작품관을 보여준다.

 


Still Life는 그가 밀랍인형이 전시회에서 심하게 파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명성과 권력이 순간적이며 부질없음을 경고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그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생각해보게 해준다.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다룬 그의 태도에 존경을 표하며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싶다. 현대 예술의 최고 아티스트 중 하나로 당당히 여겨질 수 있는 데이비드 라샤펠. 그와의 만남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뜻깊은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