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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9년이라는 시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숫자의 기다림



지은탁의 손을 빌려 가슴에서 검을 빼 박중원을 베고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진 도깨비. 왕여에게 장렬히 죽는다 기별을 하고 지은탁의 품에서 사라진다. 지은탁은 뒤에 겪을 상황을 아는 지 재빨리 가방에 있는 노트를 꺼내 황급히 지금의 기억을 적는다. 신의 배려로 남은 사람들의 기억이 지워지는 과정에서 지은탁은 자신의 기억을 흔적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기억해. 기억해야돼. 그 사람 이름은 김신이야. 키가 크고 웃을 때 슬퍼. 비로 올거야 첫눈으로 올거야. 약속을 지킬거야. 기억해 기억해야돼. 넌 그 사람의 신부야.

 

도깨비는 무로 돌아가기 전 중간계에서 신의 말을 듣는다.

너는 너를 아는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 그건 그들의 평안이고 나의 배려다. 그리고 너의 벌은 끝났다. 이제 모든 것을 잊고 잠들어 평안하라.

그리고는 이곳에 남겠다고 신에게 말한다. 이곳에 남아 비로 가겠다고. 바람으로 가겠다고. 첫눈으로 가겠다고. 그거 하나만 하늘의 허락을 구한다고 신에게 물은 도깨비의 물음에 늘 너와 함께였지만 지금 이곳엔 나도 없다며 김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지 알 수 없게 신은 도깨비를 떠난다.

 


9년의 세월이 지나고 자신의 꿈이었던 라디오 PD로 일하게 된다. 비를 보면 이상하게 감정이 격해져 왈칵 눈물을 쏟게 되는 지은탁은 그 비가 김신인지 모른 채 아픈 가슴으로 밤을 보낸다. 김신은 9년의 세월을 지은탁에게 가기 위해 눈 속을 계속해서 걸어갔다. 목적지가 어딘지 모르지만 아는 사람처럼. 그의 외로운 길은 오스텅스 블루의 시로 잘 표현된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지은탁은 기억은 지워졌지만 기억이 남긴 흔적과 사라지지 않은 감정으로 마음 한 켠에 우울함을 안고 살아간다. 김선과는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은탁은 변호사가 된 고3 반장을 두 벗으로 두고 세상을 살아간다.

비도 오고. 술은 쓰고. 날 걱정해주는 벗이 두 명이나 있고. 날이 참 좋다.

김신의 빈자리를 김선과 친구의 존재로 그나마 잘 버텨가고 있는 지은탁은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감당하지 못할 슬픔으로 힘들지만 그들의 존재가 있기에 좋은 날이라며 버틸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평소보다는 다소 이른 겨울 첫눈이 내린다. 지은탁에게로 끝없이 발걸음을 옮기던 김신은 손에 쥔 지은탁이 적은 계약서를 놓치고 이를 찾으려고 발버둥치다 쓰러져있다. 지은탁은 첫눈이 내리고 있는 날 옥상에서 케잌 초에 불을 붙이고 힘든 감정을 이겨내길 부탁하며 소원을 빈다. 누가 저 좀. 아무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마치 지은탁의 어머니가 차에 치여 죽어가며 신께 빌었던 것처럼. 지은탁이 끈 촛불은 김신이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눈은 그치고 김신은 지은탁에 앞에 소환되고 둘은 포옹한다. 9년의 기다림. 완벽한 수인 10에 가장 가깝지만 불완전한 수인 9에서 9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지은탁의 마음은 도깨비에 존재를 기억했는지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김신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는 지은탁은 김신의 품에서 벗어나고 김신을 처음 보는 사람인냥 대한다. 신의 배려로 기억을 잊은 것을 알고 있는 김신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예전처럼 지은탁을 대한다. 라디오 PD가 된 지은탁을 보고 꿈을 이룬 것에 대해 뿌듯해하면서도 자신이 없는 시간 지은탁이 평안했었기를 바라며 첫 만남을 끝낸다.

 

이승으로 돌아온 김신은 조카인 유덕화와 김선을 찾아가지만 다들 기억을 못하는 모습을 보고 이승을 돌아다닌다. 처음 저승사자를 봤던 것처럼 저승사자의 찻집에 있는 저승사자를 보고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임을 확신한다. 하지만 저승사자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갔지만 신이 왕여에게 했던 어떤 상황에서도 왕여의 편에 서겠다는 말을 근거로 자신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음을 짐작한다. 이승으로 돌아온 김신에게 왕여는 잘왔다며 환영인사와 함께 전에 하지 못한 용서를 구한다.

 


이승으로 돌아온 김신은 지은탁의 곁을 맴돈다. 맴돌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 일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지은탁이 도깨비 신부로서 갖는 능력인 촛불로 도깨비를 소환하게 하는 능력이 발휘되어 지은탁의 곁으로 다가가게 된다.

 

그러다가 지은탁의 기억을 찾게 해줄 단서가 될 편지가 도착한다. 지은탁이 김신과 처음 캐나다 퀘백으로 갔을 때 적은 편지가 유덕화에게 전달되었고 이는 왕여를 통해 김선에게로 김선에게서 지은탁에게 전달된다. 편지의 내용은 지은탁이 엄마에게 쓴 편지로 가본 적 없는 캐나다에서 자신의 글씨체로 적힌 내용을 보며 지은탁은 기억에 없지만 자신의 기억에 중심에 있을 아저씨라는 김신이라는 사람의 정체를 캐나다에서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여 캐나다로 향한다. 캐나다를 여행하던 지은탁은 공간이동을 해 캐나다로 이동한 김신을 만나게 되고 김신과 캐나다를 거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