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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킹]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검색어에 유명 연예인 이름이 오른다. 연애, 마약, 불륜 등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가십거리들이 신문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한다. 이는 사회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 있을 때 그 사건들을 잊게 만들려는 의도에서인지 자주 등장했고 사람들은 이러한 반복에 대하여 음모론을 내세우기까지 한다.(실제로 그런 지는 알 수 없겠지만)


영화 <더 킹>은 그러한 음모론을 잘 맞춰놓은 퍼즐조각과 같다. 한국 사회 정치에서 일어난 일들을 잘 짜맞춰놓아 현실감 있게 그렸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이며 사람들이 잘 선동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영화의 캐릭터를 살펴보자.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조인성이 맡은 박태수이다. 남의 집 TV를 훔치는 양아치의 삶을 살던 아버지의 밑에서 여동생과 자란 박태수는 고등학교 때까지 주먹으로 지역을 주름잡는 소위 말하는 짱이었다. 매번 전학 오거나 세력을 넓히려는 학생들의 도전을 받아주느라 신물이 나던 박태수는 아버지가 검사에게 쩔쩔 매는 모습을 보고 저것이 진짜 힘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은 비록 찌질한 모습으로 아무 소리 못하고 공부만 하고 있는 범생이들이 나중에는 힘을 갖게 되어 세상을 쥐락펴락할 것임을 깨달은 박태수는 그때부터 공부를 한다. 하지만 그간 해오지 않던 공부가 쉽사리 될 리 만무했다.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책만 펴면 잠이 오던 박태수는 시끄러운 곳에서 집중이 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요즘 사람들이 카페에서 공부하면 공부가 잘된다는 소위 백색소음의 존재를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박태수는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공부 환경을 찾아 공부에 몰두했고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들어간다.


그렇게 박태수는 법학과에 들어가서 남들이 하는 학생운동에 여자친구가 임원이었다는 이유로 강제로 군복무를 하게 되고 군대에서부터 공부를 시작해 사시를 패스한다. 사법연수원에서 마담뚜로부터 굴지의 기업 사장의 딸 임상희(김아중)를 소개받고 결혼에 골인해 그의 앞은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크게 연줄이 없던 박태수는 하루 종일 서류만 보는 노가다에 가까운 중노동을 하고 검사라는 타이틀이 주던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힘과는 거리가 있음을 몸으로 느낀다. 그러던 그에게 학교에서 체육선생이 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눈에 들어온다. 여학생의 어머니는 정신이 온전치 않으며 학교 앞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는 것을 이용해 지역에서 유력한 집안인 체육선생이 합의금으로 500만원만 쥐어주고 합의해 사건을 넘기려한 것이다. 박태수는 정의감으로 사건에 뛰어들기보단 조사받는 체육선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사건을 파고들어 정의의 심판을 내리려고 한다. 그러던 중 대학 선배이자 검사인 양동철(배성우)이 박태수를 찾아오고 그에게 이번 사건을 넘어가자고 한다.


서울의 전략수사3부에 있던 양동철은 박태수를 서울에 있는 전략수사3부로 데려간다.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박태수를 데려간 양동철은 사건 케이스를 보여주며 사건은 김치처럼 묵혀뒀다가 맛있을 때 꺼내야한다며 박태수에게 조건을 말한다. 이번 사건을 그냥 넘어가면 전략수사3부로 올 수 있도록 추천해준다고. 전략수사3부의 부장은 한강식(정우성)으로 최연소로 사시를 패스하고 전라도 목포에 깡패 소탕 사건에서 큰 공을 세워 전국민적으로 유명한 엘리트 검사였다. 뉴스와 신문에서 그런 한강식을 본 박태수는 사회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검사로 자신이 꿈꿔온 존재로 생각해고 있었다. 그런 한강식의 줄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받은 박태수는 고민 끝에 제안을 수락하고 전략수사3부로 입성한다.


얼떨떨한 박태수가 한강식을 직접 처음 보게 되는 곳은 펜트하우스의 파티이다. 파티의 호스트이자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는 한강식의 앞에서 체육선생은 박태수의 속을 긁고 표정관리를 하지 못하는 박태수의 뺨을 한강식은 후려친다. 고귀한 척하지 말라고. 한강식에게 한바탕 이야기를 들은 박태수는 그의 말에 한마디 부정할 수 없음에 쪽팔림을 느끼지만 되려 자신이 생각해온 세계를 가진 그에게 매료된다. “그 라인 앞에 내가 서있다. 한강식의 라인이 된다는 건 내 인생 최고의 기회다.”라는 박태수의 독백에 그의 모든 생각이 담겨있다.


한편, 그 파티장에서 한 명의 반가운 얼굴을 마주한다. 고등학교 시절 낮의 짱이 박태수였다면 밤의 짱이었던 야간학생 최두일(류준열)이다. 들개파의 행동대장이던 최두일은 들개파 두목 김응수의 명령으로 한강식을 오가며 임무를 수행했다. 어둠의 세력인 그는 검사로 성공한 박태수가 자랑스러웠고 친구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모두 치워준다.


그렇게 한강식의 편에 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게 되는 박태수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대통령의 임기가 지나가며 검사들이 어떻게 세상에 대응하는 지를 보여준다. 김영삼 대통령 이후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까지의 과정에서 그들이 권력을 이어가는 방법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일이 맞물려 현실감을 더해준다.



한강식의 라인에서 버림받은 박태수의 선택과 그런 선택이 성공할 수 있을지 포스터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당한 것에는 보복을 해야 된다. 이게 아주 복잡한 정치엔지니어링의 철학이거든.” 자신이 나라고 곧 역사라는 한강식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 지는 보는 이의 몫이다.


이외에도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재구성한 점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비웃듯 바라보던 검사들의 모습이나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던 검사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장면을 보면서 영화를 만들며 디테일을 상당 부분 신경썼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