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가족. 혼자 사는 남성 중 적지 않은 수가 부인과 자식을 교육을 위해 해외로 보내는 기러기 가족의 이야기다. 사회가 점점 개인화되어가는 상황에서 40대 남성 중 1인 가구의 상당수는 기러기 가족의 가장이다. 기러기 가족은 자녀를 외국에서 교육하기 위하여 아내와 자녀 또는 남편과 자녀는 외국에서, 남편이나 아내는 국내에서 따로따로 생활하는 가족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TV로 우리가 자주 마주하는 연예인들이 심심치 않게 기러기 아빠임을 말하는 장면을 접할 수 있다. 연예인 이외에도 사회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없는 살림에도 가족과 자식의 미래를 위해 자발적으로 외로운 선택을 하는 집의 가장들이 많다.
영화 <싱글 라이더>는 그런 기러기 아빠의 이야기이다. 이병헌이 맡은 강재훈은 라우터 증권의 지점장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주변 지인뿐만 아니라 가까운 가족에게도 좋은 상품이라고 믿고 추천한 증권은 한순간 휴지 조각이 되었고 그저 열심히 한 강재훈은 최우수지점장이라는 훈장이 고객을 위험에 빠뜨리는데 가장 기여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태에 빠져버린 강재훈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으로 홀로 술잔을 기울인다.
강재훈은 2년 전 아들의 교육을 위해 아내인 이수진을 호주로 보냈다. 꼭 조기 유학을 가야하는 수진의 질문에 강재훈은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해줄 것을 요청한다.
“수진아. 너도 그렇고 진우도 그렇고. 영어를 해야 돼.
영어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하는 사람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하고. 경제 구역 자체가 달라.”
가족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한 선택을 한 강재훈은 한번도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아내와 아들과의 전화통화와 가끔 보내오는 영상을 통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며 걱정조차 하지 않았다.
회사 상태가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자신이 할 일이 없다는 판단이 선 강재훈은 수진과 진우를 보러 그들이 있는 호주행 비행기를 탄다. 하지만 호주에서 살고 있는 수진을 마주한 재훈은 당황한다. 그의 옆에 있는 노란 머리의 남성. 대마초같은 마약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둘의 모습에서 재훈은 수진에게 낯설음을 느낀다. 그녀 앞에 이 모습으로 나타날 수 없는 재훈은 발길을 돌려 수진과 진우의 곁을 맴돌며 상황 파악을 하려는 것으로 마음을 먹는다.
자신과 살 때의 수진의 모습과 호주에서 살고 있는 수진의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전공했던 바이올린을 열심히 사는 것이 지긋지긋하다며 그만둔 수진은 다시 바이올린을 집어 들었다. 집에 외부 사람이 오는 것이 무섭다며 보안에 유난히 신경을 쓰던 수진은 호주에선 오히려 문에 별다른 보안장치를 두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더 간편하게 해두는 모습은 재훈을 한번 더 당황시킨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주저하는 수진의 모습과 옆집 남자와 이웃 이상의 관계를 맺는 것으로 보이는 모습을 마주한 재훈은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수진의 목을 조르려 한다. 그의 절규는 바람에 날려온 이민신청서 서류를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이민신청서 배우자란에 적힌 강재훈이라는 이름. 그녀는 재훈과의 호주에서의 삶을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이를 본 재훈은 안심을 한 것인지 그녀의 곁을 떠난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후의 내용은 생략한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 인용되는 고은의 시를 통해 강재훈의 마음과 기러기 가장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 은 <순간의 꽃>
미래를 위해 포기한 현재.
후회할 수 밖에 없는 선택.
우리가 버려버린 일상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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