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흡입을 한 남학생이 병원으로 실려온다. 단순히 불량청소년인줄 알았던 소년은 남들과 좀 다른 점이 있다. 단순히 까칠한 것은 둘째 치고 혼자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생각을 예술적으로나 묘사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큰 문제가 있다. 보는 사람마다 그 사람의 성기를 그린다는 것. 병원에서 그와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의 성기를 그리는 그를 보곤 사람들은 소년을 성기 그리는 애라며 구제불능이며 불결한 소년으로 바라본다. 성적인 측면에서 트라우마가 있어 유난히 까칠한 지해수는 소년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연히 장재열과 대화 중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거기서 생각의 전환을 얻는다.
“어떤 여자가 있어.
나이는 내 또래 정도.
근데 그림을 그리는데...
성기만 그려.
머리는 땅콩만 하고 팔다리는 도마뱀처럼 완전 짧고.
성기만 진짜 이만하게 그리거든.
그것도 아주아주 디테일하고 징그럽게.”
“근데?”
“아니 그러니까는...
성기만 그린다니까?”
“그게 뭐 어때서?”
“그게 좀 이상하지 않아?”
“성기 그리는 게 뭐 나빠?
그냥 그림인데.
안창호 화가 그림 본 적 있어?
성기를 아주아주 디테일하고 적나라하게 그리지.
근데 그것 때문에 인간이 얼마나 안쓰럽게 느껴지는지 몰라.”
“그래. 안나쁘지. 그게 뭐가 나빠?
사람을 죽인 것도 다치게 한 것도 아닌데.
그냥 그림일 뿐인데.
이런 여자의 심리적 배경은 뭘까?
그러니까 나이는 어려.
그리고 남녀 관계는 없고 홀엄만데 엄마는 굉장히 착해.
자식에 대한 애정도 많고 성실하고 전혀 누굴 상처 줄 그럴 사람이 아냐.”
“성실하고 착한 사람은 자식한테 상처 안줘?
천사 같은 우리 엄마도 가끔 나한테 상처 주는데?”
장재열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영화를 소개한다. 1977년에 개봉한 밀로스 포먼 감독의 잭 니콜슨 주연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이다.
“주인공 맥 머핀은 처음 정신병동으로 와 환자들을 보면서
그들과 자신이 절대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철저히 무시하고 비웃죠.
영화를 보는 우리 관객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
저들은 미쳤고 나는 멀쩡하다 여깁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고 극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혼란스러워집니다.
이상하고 음울하고 기괴하고 미쳤다고 생각한 등장인물들이
귀엽고 아프고 안쓰럽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우리가 쉽게 손가락질했던 정신과 환자들.
그러나 결국 그들의 사연을 알게 되면
너무나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들의 아픔.
정신과 의사들은 말합니다.
우리 모두 환자다.
감기를 앓듯 마음의 병은 수시로 온다.
그걸 인정하고 서로가 아프다는 걸 이해해야한다.
그러면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생각을 갖는 걸
우리는 그가 그 사람이 나와 다르니까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무서운 오류죠.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보면
그 오류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 알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신과에 다니는 사람은 큰 문제가 있을 것이며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착각. 사실 우리는 모두 정신병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그것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을 힘이 남아있을 뿐. 언제든 그 힘이 약해지면 우리가 우리와는 다르다고 생각한 그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장재열을 홈메이트로 받아들이며 조동민, 지해수, 박수광, 장재열은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성적 가치관에 관해서.
“말이 돼?
차안에서 할라고 그랬다고 나한테 변태라고 그러는 게?
난 여자랑 안고 잘 때 왜 꼭 그 장소가 방이어야하는지 이해가 안가.
차, 해변 세상에 사랑할 수 있는 장소가 얼마나 많아?
도대체 왜 내가 변태일까?”
“난 정신과적 견해로 동의.”
“나도 동의, 잘 헤어졌어.”
“있잖아. 오늘 내가 본 영화는
남자가 잠자리에 수갑과 끈과 혁대를 사용해.”
“이 남자 변태같애? 정상같애?”
“에이 그건 변태죠.”
“노노노노, 사랑을 위해 다양한 도구와 다양한 장소를 선호하고”
“그게 상대와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면
그는 변태라고 볼 수 없지.
자유로운 영혼정도?”
“나는 이 영화에 여자 주인공이 병증이 있다는 걸 알아챘지.
반드시 둘 다 씻고 반듯하게 침대에 누워서
늘 같은 체위로 말하지도 않고 조용하고 조신하게
남녀 간의 일을 치러야한다는 그 강박.
상담을 받아야할 사람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인거지.
나는 진짜 이럴 때 정신과가 좋아.
세상의 편견을 깨잖아.”
“난 생각이 다른데.”
“왜?”
“병증의 기준이 장소와 도구의 문제야?
포인트는 남자가 잠자리를 할 때 여자의 동의를 구했냐지.
수갑 사용해도 돼? 혁대 사용해도 돼?
물어야지.
그런데 여자가 싫다.
그럼. 안해야지.
싫다는 데도 했다면 변태지.
안 때렸다고 변태가 아닌 게 아니라.”
지해수가 앓고 있는 트라우마를 장재열이 깨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이 장면은 그동안 우리가 너무 틀에 박힌 생각으로 관계를 정의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 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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