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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보통임을 인정해야할 우리


평균 이상 효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자신이 평균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말하는데 워비곤 호수 효과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우리는 스스로를 집단의 평균보다 나은 존재로 생각한다

실제로 평균보다 낮은 사람이 절반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석원 작가의 산문집 <보통의 존재>는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어가며 

현실에 대해 깨닫고 스스로를 인정하며 써내려간 이야기이다.

 

책에 나와있는 정보라곤 <보통의 존재>라는 제목과 이석원 산문집이라는 말 뿐이다

책장을 넘겨 내용을 살펴보면 이야기의 중심은 이석원이다

작가가 스스로의 실제 이야기를 쓴 수필 같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순탄하지 않은 이야기 중에 울림을 주는 것들을 몇 가지 가져왔다.


1)

 

내 나이 서른여덟.

나는 아직도 생의 의미를 명확하게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여전히 고민한다

다만 분명한 건 누구나 배우가 되고 감독이 되고 싶어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배우나 감독이 될 자질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그러니 남은 생을 사는 동안

내가 그저 관객의 안온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한들 꿈이 없다 뭐라 할 수 있을까.


청소년들이여, 꿈이 없다고 고민하지 마라.

그럼 관객이 되면 되니까.

그뿐이다.

 

이 땅에는 젊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질 것만을 너무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사람이 꿈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꿈이라는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는 배우가 돼야하는 것일까?

포트라이트는 고사하고 오히려 자신이 어느 무대에 서야할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아는 것도 정말 힘들다

그것도 청소년기라는 어린 나이에


사람마다 잘 하는 것이 있다는 말은 모두에게 희망을 주려는 말 같지만 

이는 다소 무책임하게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처럼 모두가 무대에 설 필요는 없다

관객이 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을 관객석에 앉히는 건 

위험할 수 있으니까 다들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닐까 싶다.




 

2)

 

엄마 도대체 내시경을 왜 일반으로 받은 거야. 정말 돈 때문에 그랬어?”


엄마는 계속 됐다고 하시며 단지 나의 검사 날짜만을 물어보셨다

그러나 나는 그날 병원에 가서야 알았다

그 병원에서는 보호자가 오지 않으면 수면내시경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어머니들이 가지는 상징성엔 희생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다들 어머니가 희생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당연시하고 받는 데에만 익숙하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뭉클했으며 눈물이 핑 돌게끔 만든 이 부분은 

어쩌면 자신의 처지를 숨기려는 어머니보다 

그런 어머니의 상황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자식의 부끄러움이 아니었을까


밥은 먹고 다니니?”라는 말만 들었지 

부모님이 밥을 잘 챙겨 드셨는지는 궁금해 하지 않았던

나중에 후회할 행동만 했던 자식의 불효가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3)

 

그러나 마흔 언저리쯤 되면 반드시 포기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다

그때가 되면 마지막 몸부림도 쳐보고 온몸으로 거부도 해보지만 결국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확인이다.

자신을 안다는 것. 그 잔인한 일 말이다.

 

이 산문집의 이름이 <보통의 존재>로 붙게 된 첫 번째 이유인 듯하다

나이가 들면서 그간 젊음이라는 패기로 부딪히거나 회피하던 자신의 현실을 직시해야하는 시점이 온다

자신이 집단의 평균보다 나은 존재

보통보다 나은 특별한 존재라는 자존감은 실제로 집단에서 보통밖에 안되며 

아무리 발버둥 쳐도 크게 변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우리 중 대부분은 보통의 존재인 것이다.

 



4)

 

문제는 역시나 연락이다. 뻔히 로밍이 되어 있는 걸 아는데도 문자 한통 없다.

바빠서 그렇겠지.’

세상에 아무리 바쁜 사람도 문자 보낼 시간 몇 초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루가 지난다.

이틀이 지난다.

화가 난다


그러나 역시 화는 이해로 가기 위한 노력에 의해 묻혀버린다

무슨 사정이 있을 거야. 너무 바빠서, 외국이라 힘들어서.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무슨 일들이 있을 거야. 나는 외국 출장 같은 것 한번도 가본 적 없으니까. 너무나 경황이 없겠지. 어쩌면 문자를 보냈는데 거리가 멀어서늦게 오는 걸 수도 있고.’


A의 노력은 끝없이 계속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그것을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고자 하는 순수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자신이 보통의 존재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에 불과하다.

 

이 부분은 새로운 의미의 보통의 존재를 의미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출장을 가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사랑으로 인한 분노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상대방으로 인해 화가 나지만 타인의 입장을 헤아려 화를 누그러뜨린다

하지만 이는 상대방에게 내가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닌 보통의 존재밖에 되지 않음을 깨달아야 하는 시점이다

자신의 모양새를 위해 화를 누그러뜨릴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어떤 존재인 지를 깨달아야 한다.

 



이석원 작가가 쓴 책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실내인간>에 이어 마지막으로 <보통의 존재>를 읽었다

보통의 존재는 다른 책과는 다르게 철저히 본인이 투영되었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쓰고 한 곳에 묶어 놓은 느낌이 다분했다

글을 쓰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책을 집필했고 꾸준히 책을 내고 있으므로

그가 자신이 겪어 온 내용을 세상과 공유했다는 면에서 그의 다음 작품을 또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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