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의 시작은 <책은 도끼다>이다.
책에서 이야기 하는 인문학의 많은 주제 중에
사랑에 관한 테마를 다룬 목차에서 알랭 드 보통을 만나게 되었다.
책에서 설명하는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하는 사랑에 대한 내용이
그간 내가 생각해온 사랑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가까운 도서관으로 가 그의 책을 훑어보던 와중에
<사랑의 기초-한 남자>라는 책을 선택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나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었다고 이전 포스팅에서 밝혔듯이
상당히 좋은 경험을 준 책이다.
이 부분을 제외하고 또 하나의 즐거운 경험은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을 이어준 것이다.
<사랑의 기초-한 남자>는 프랑스의 작가 알랭 드 보통과
우리나라의 작가 정이현이 함께 교류하며
서로 생각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써 서로 다른 책으로
출간을 기획한 특이한 구조를 가졌다.
그런 점에서 <사랑의 기초-한 남자>가 유럽 작가가 쓴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다소 우리나라의 상황과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우리나라의 작가의 시선에서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했다.
알랭 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한 남자>가 40대 남자의 사랑과 결혼에 대해 쓴 것이라면
정이현 작가가 쓴 <사랑의 기초-연인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의 사랑을 쓴 사랑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서로 이전 사랑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해
새로운 사랑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던 남녀의 이야기이다.
우연한 계기로 소개받아 살짝 어긋나 만나지 못하다가
운명적으로 마주치면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모든 사랑이 그런 것처럼.
둘은 급속도로 친해지고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연인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딱 맞는 생활을 즐긴다.
각자의 환경이 바뀌기 전까지는.
아니 환경이 변하기 전에 둘은 서로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기대가 커지면서 이에 부응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지고
이에 대한 자신이 만족할(아니 남들에게 그럴싸하게 설명할 수 있을) 이유를 자의적으로 만들게 된다.
<사랑의 기초-연인들>은 명확한 엔딩은 없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 마침표를 명확하게 찍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둘의 관계는 끝났으며
돌이킬 수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각각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각 경험한 사랑은 다음 사랑을 찾는데 영향을 줄 것이며 또 다른 이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들이 이전 사랑의 영향으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이전의 운명이 만들어주는 우연으로 새로운 운명을 찾게 되는 그런 구조가 우리의 사랑이 가지는 운명의 우연이 아닐까?
이러한 사랑의 시작과 끝을 작가는 도서대여점에 연체된 만화책에 비유한다.
‘다분히 즉흥적으로 책을 빌려올 때의 마음과,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그것을 가져다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사랑이 저물어갈 때의 마음이 그것을 시작할 때의 마음과 전혀 다른 것처럼.’
모르는 낯선 누군가와 사랑을 키워가며 느끼는 설렘과 떨림이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고 사랑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에 묶이는 순간,
우리의 사랑은 의무감이 된다.
그렇게 설렘과 떨림을 주던 사랑이 의무감으로 변하는 순간
우리는 가슴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사랑을 하게 되며 이내 머리 밖으로 사랑을 내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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