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도깨비>의 기세가 무섭다.
시청률 상승세는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드라마의 최고 기록을 웃돌고 있으며
내용의 큰 허점이나 시청자의 몰입을 크게 방해하는 요소도 없어 소위 말하는 사람들의 ‘인생 드라마’로 유력해보인다.
1)
2화의 시작은 친절하게도 방영 전 프롤로그 식으로 요약한 내용이 초반에 방영됐다.
1화의 내용을 다시 돌이켜볼 수 있으며 앞으로 인물 간의 만남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김신을 따라 캐나다에 우연히(?) 오게 된 지은탁은 첫 해외여행(?)이라며 방방 뜬다.
단풍국이라 불리는 캐나다의 정취에 취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산책을 나온 강아지 같다.
김신이 캐나다로 온 이유는 고려시대 장군으로 있을 시절 옆을 보좌하던 부하의 묘 때문이었다.
그 부하는 현재 자신의 옆을 지키는 유씨 집안으로 유덕화가 그 일을 이어받을 것이다.
김신이 사랑했던 이들의 묘를 보며 하는 말은 도깨비의 해결할 수 없는 슬픔을 잘 말해준다.
“
이 삶이 상이라 생각한 적도 있으나 결국에 나의 생은 벌이었다.
그 누구의 죽음도 잊히지 않았다.
나는 여태 이렇게 살아있고 편안하지 못하였네.
”
2)
한편, 저승사자는 받은 임무를 수행하느라 바쁘다.
후배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저승사자로서의 생활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잠을 자지 않으면 피곤하고 배고프면 무언가를 먹어야하며 살 곳을 걱정하는 등
저승사자는 하나의 직업이며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의 임무의 마지막인 망자에게 차를 건네주는 장면은 무언가 차분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준다.
교통사고로 죽은 망자 둘을 데려온 저승사자는 여자에게만 기억을 지우는 차를 건네는데
여자는 꼭 차를 마셔야하냐고 물으며 말한다.
“
다 잊어야하나요? 저 인간에 대한 원망도?
”
“
그러는 편이 좋습니다.
망각 또한 신의 배려입니다.
”
그 뒤 옆에 있는 남성은 왜 자신에게는 그 차를 주지 않냐고 묻는다.
이에 저승사자는
“
당신은 기억해야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처음엔 차 한 잔 못 마신 이 순간을 후회할 거야.
다음엔 차 한 잔 못 마신 이유를 되짚을 거야.
그리고 깨달을 거야. 그 어떤 순간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그리고 넌 이미 지옥에 있다는 걸.
온몸이 매일 조각조각 찢길 거야.
고통에 몸부림치는 매 순간 너는 니가 한 짓을 후회하겠지만
그 고통은 끝나지 않을거야. 영원히.
”
삶과 죽음의 중간 사이에 있는 망자의 영혼과 이를 수거(?)하는 저승사자가
드라마 소재의 일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작가가 가진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 또한 엿볼 수 있다.
사라지는 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도깨비가
그렇게 이루고 싶어 하는 부분에서 생각해 볼 수 있으며 망각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세상이 내릴 수 있는 최대의 벌은 잊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보고 잊지 못하는 벌을 받은 도깨비나 매 순간 고통에 몸부림쳐야하는
악행을 일삼던 사람에게 저승사자가 고하는 말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3)
지은탁은 비가 오는 버스정류장에서 라디오를 듣는다.
“
비를 맞고 돌아오는 저녁.
당신의 우산이 되어주는 건 무엇인가요?
부르면 대답하는 목소리.
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봤던 기억.
처음 속도를 맞춰 걷던 순간 같은 것들.
누군가가 생각나시나요?
그래요. 바로 그 사람이에요.
”
드라마의 기본 베이스가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른 인물들이 어떻게 좋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더라도
결국에 핵심 내용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는가이다.
그런 면에서 라디오 DJ의 대본은 지은탁이 도깨비를 떠올리며 사랑의 감정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며
우리에게도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로맨틱한 상상의 기회를 던져준다.
4)
사랑의 시작 전. 통과의례로 거쳐야하는 오해와 후회.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려 한 말이 오히려 마음에 꽂히는 상황을 만든다.
“
상처받을 거 없어.
오히려 다행이라 여겨.
네가 나에게 뭘 발견했다면 넌 날 아주 많이 원망 했을 거다.
”
자신이 도깨비 신부가 아니라면 무엇이며,
실제 도깨비 신부인데 예쁘지 않아서 인정하지 않는거냐고 따져 묻는 지은탁에게
김신은 지은탁은 예쁘지만 자신이 찾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 사람이 아닌 것을 다행히 여기라고.
서로에 대한 미안함.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구백년을 넘게 산 도깨비도 열 아홉 살 소녀도.
사랑 앞에선 다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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