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스크린에서 핫한 세 남자 배우가 한 영화에서 만났다. 영화 <마스터>는 2016년 12월 21일에 개봉한 영화로 러닝타임은 두 시간을 조금 넘는 143분이다. 영화가 끝난 뒤에 쿠키영상도 두 편이 있으니 미리 나와 장면을 놓치는 아쉬운 상황을 겪지 않길 바란다.
<마스터>의 중심내용은 피라미드, 소위 다단계로 불리는 사업을 이용한 사기꾼 진희철의 로비한 장부를 통해 대한민국의 썩은 윗대가리를 쳐내려는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의 수사이다. 영화의 내용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을 떠올리게 만든다. 조희팔 사건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이 2004∼2008년까지 전국에 10여 개 피라미드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3만여 명의 돈 4조 원을 가로챈 국내 최대 규모의 유사수신 사기 사건을 말한다. 진희철이 세운 원 네트워크와 상당히 흡사하며 그에 대한 피해자의 규모도 비슷하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현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줄거리 전개를 통해 알아보자.(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치 않은 분들은 뒤로 가도 좋다.)
진희철은 체육관을 빌려 회원들 앞에 선다. 수만 명의 회원들 앞에서 원 네트워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진희철은 함께 걸어온 과거를 회상하고 앞으로 펼쳐진 미래에서 자신이 회원들에게 해낼 역할에 대해 말한다. 피라미드, 다단계, 사기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자신으로 인해 세상에 오해를 받는 사람들이 이해를 받는 순간이 오게 만들겠다는 그의 말과 함께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주위로부터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한 부끄러움을 부러움으로 바꾸겠다며 저축은행을 인수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창출하겠다고 회원들에게 선언하자 회원들은 그의 말과 그의 행동에 사이비종교의 교주를 떠받듯이 기립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원 네트워크 부흥회에 잠입한 김재명은 박장군을 꾀어내어 진희철을 잡아넣고 그가 가진 장부를 통해 연관 있는 정치 인사들을 쳐낼 계획을 짠다. 경찰청장을 등에 업고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는 김재명은 박장군을 손 위에 놓고 쥐락펴락한다. 박장군으로 인해 500억 원의 사기 규모가 조 단위로 넘어갔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김재명은 박장군을 협박한다. 집행유예를 조건으로 김재명은 박장군에게 원 네트워크의 전산실 위치와 진희철의 장부를 가져올 것을 제시한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던 박장군은 오히려 전산실 위치를 김재명에게 들키게 되고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되자 장부를 넘기기로 마음먹는다.
작전 실행 날, 진희철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금융감독원장이 피살되고 김재명은 진희철이 선을 넘었다며 자신도 수사의 위험을 피하지 않으려 작전 그대로 돌진한다. 하지만 진희철은 박장군이 스파이임을 알고 있었고 진희철을 이용하려는 박장군을 역이용해 경찰의 수사망을 탈출해 외국으로 도피한다.
진희철의 사기가 드러나면서 회원들은 피해자로 바뀌게 되고 버림받은 박장군은 사채업자로부터 생명을 위협받는 신세가 된다. 김재명은 지능범죄수사팀장에서 다른 부서로 전출 가게 되지만 1년 동안 진희철에 대한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진희철과 그의 오른팔인 김엄마가 외국에서 사체로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오고 경찰을 피의자가 사망하였다며 수사 종결을 선언한다.
하지만 이는 진희철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기 위해 로비한 결과로 진희철의 움직임을 포착한 김재명은 경찰청장의 퇴임 선물로 휴가를 받아 수사에 나선다. 복수심에 불타는 박장군과 손을 잡은 김재명은 필리핀에서 정부를 상대로 3조원의 사기를 치려는 진희철의 뒤를 친다.
■ 눈 여겨볼 대사
진희철은 금융감독원장에게 언론에 원 네트워크의 저축은행 인수에 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얻어내기 위해 뇌물을 준다. 저축은행에 대해 허가가 나게 하는 것은 어려우며 서민들의 등을 쳐먹는 일에 대해 좋지 않은 뉘앙스를 풍기자 진희철은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세금이라고 말한다. 일본에서는 서민들의 소박한 꿈인 복권 당첨에 대한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고 서민들의 소박한 행복에 대해 세금을 걷는 정부에 대해 안 좋게 말하며 자신은 서민들이 행복한 꿈을 꾸는데 도움을 주며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꿈에 대한 세금을 걷지 않는다는 자신의 표현이 시인 같다며 자화자찬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조세구조가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굳이 있지 않아도 될 분야에서 세금을 걷는 부분이 잘못된 것은 사실이나 이를 제멋대로 해석하는 진희철의 행동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사기꾼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보여준다.
진희철을 잡겠다며 그와 마주한 김재명에게 진희철은 작은 돈으로 돈놀이를 하면 사기라고 하지만 그 액수가 커지면 입장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10억 정도면 사기꾼이라고 하지만 그 액수가 커지면 경제사범으로 업그레이드되며 그보다 더 높은 액수의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산다며 그것이 세상의 구조라고 말한다. 슬프게도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높은 액수의 사기꾼에게 경제사범이라며 선처를 해주는 이상한 구조의 나라가 대한민국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영화를 보고 느낀 부분은 김우빈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컸다는 점이다. 능청스럽고 위트있는 역할을 주로 맡고 그에 대한 연기를 꾸준히 잘 해온 그이기에 연기로서 부족한 점은 크게 느낄 수 없었다. 그가 아닌 박장군은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 갈등의 전개나 해소적인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크게 없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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